11월 10일 화요일 맑음

요 며칠 별 걱정없이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나의 장점은 갑작스럽게 닥치는 문제에 대처함에 있어서의 순발력과 침착함, 그리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능력인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나의 장점을 짓눌렀다.

원래 화요일은 수업이 많은 데다가, 오늘은 평소에 비해 강도가 높은 학생회 회의, 학생부원장님과의 식사, 그리고 내일 스터디 준비 등으로 하루가 번잡했다. 그래도 뭐 그 정도야.

행정법 수업 들으면서 수업이 마치는 6시부터 부원장님 뵙는 7시 사이에 붕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는 스터디 준비를 하면 딱이었는데 노트북도 없고 전산실도 문을 닫는 시간이라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원래 부원장님 식사 마치고 하려던 빼빼로 쇼핑을 하면 되겠구나 싶어서 무릎을 탁쳤다.

행정법 마치고 5516 타고 신림역으로 가는데 갑자기 이런 저런 걱정이 물밀듯이 머리를 덮쳤다. 생각하고 있는 내년 계획에 대한 불안감, 그 계획에 대한 엄마의 반응에 대한 아쉬움, 하지만 사실 엄마의 우려는 매우 합리적인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삶이란 원래 총체적인 것이라 하나의 걱정이 다른 걱정을 낳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하냐. 다 잘 될거야.'란 식의 위로는 아직 닥치지 않은 일들을 먼저 걱정할 때에 유효할 터이고, 그 때 내 머릿 속에 걱정들은 지금 닥친 문제들도 많았다. 어찌되었건 나는 학생인데 1학기에는 비법대 출신이다, 어리다, 학생회 일 한다 핑계로 얼마나 안이하게 목표를 잡고 또 나온 결과에 얼마나 쉽게 만족했는지 반성이 되었고, 그건 내년 계획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데다가 지금 당장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번 중간고사는 잘 준비하고도 상대적으로는 못 본 축에 드는 것 같고. 경제적인 문제도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원스러운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준은 아니지만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정도인 것 같기는 했다. 무엇보다 빼빼로 쇼핑을 갈 수 있을 만큼의 여유는 있으면서도 가는 내내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것 자체도 너무너무 싫었다.

신림역에 도착해서 빼빼로 쇼핑을 하는 동안은 마음이 차분해지는가 했더니 지하철을 타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또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찼다. 그러다가 신림역에서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탔다. 뭐 신기하게도 신대방에서 전철 바꿔타고 오니까 오히려 힘이 빠져서 머리가 좀 가벼워지더라.

휴. 고민들이 무의미해 지지 않기를 바란다.

by Zium | 2009/11/10 19:15 | Diary | 트랙백 | 덧글(2)

10월 30일 금요일 맑음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그냥 무시하는 것이었다. 지난 일이 더 이상 현재의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그냥 무시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내가 돌아가는 것이었다. 지난 일에 대한 일종의 양보 혹은 존중.

두 번째를 택했다. 정신적으로 피곤한 방법이었다. (이런 말 하기 싫지만 진짜 그랬다.)
생각해 보면 나도 쨉을 맞고 있었나 보다. 워낙에 집중해서 계속 정신을 추스리곤 했기에 쨉을 맞으면서도 말짱했다. 그렇지만 맞고 있었단 걸 알 필요는 있다. 안 그러면 황당하게 밋밋한 주먹 한 방에 넉다운되고 나서야 후회하는 수가 있다.

잘 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그럴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건 일종의 믿음의 문제이고, 넓은 의미에서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아무 생각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을 날이 오길.

생각들이 저러 했다는 것이지, 여러 모로 기분 좋은 하루였다. 쨉은 무슨. 완전 좋다. ^^

by Zium | 2009/10/30 23:18 | Diary | 트랙백 | 덧글(1)

10월 29일 목요일 흐림

더 이상 가라앉지 않으려고 쓴다.

처음으로 자신감이 없다. 물론 불안감은 대신 많이 씻어냈다. 불안감은 미래에 대한 것이고 자신감은 지금 당장의 문제라 생각보다 이러한 변화가 가져오는 효과가 즉각 나에게 반영됨을 느낀다.

컨트롤 할 수 없는 요소에 의해 내가 흔들리게 되는 일은 언제나 씁쓸하다. 모든 노력을 다 했는데 제3의 이유 때문에 차선을 택해야 할 때 만큼 안타까울 때도 없다. 의욕은 처음하고 똑같지만 잘 할 자신이 그때만 못 하다. 사실 그건 꼭 자신감의 문제만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처음만큼 잘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 다시 해야 하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훨씬 힘든 상황, 비교도 안 되게 희박한 가능성만 가지고도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상황이 돕지 않는다고 절대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 그 와중에 좀 힘든 것은 그저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by Zium | 2009/10/29 16:11 | Diar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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