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금요일 맑음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그냥 무시하는 것이었다. 지난 일이 더 이상 현재의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그냥 무시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내가 돌아가는 것이었다. 지난 일에 대한 일종의 양보 혹은 존중.

두 번째를 택했다. 정신적으로 피곤한 방법이었다. (이런 말 하기 싫지만 진짜 그랬다.)
생각해 보면 나도 쨉을 맞고 있었나 보다. 워낙에 집중해서 계속 정신을 추스리곤 했기에 쨉을 맞으면서도 말짱했다. 그렇지만 맞고 있었단 걸 알 필요는 있다. 안 그러면 황당하게 밋밋한 주먹 한 방에 넉다운되고 나서야 후회하는 수가 있다.

잘 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그럴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건 일종의 믿음의 문제이고, 넓은 의미에서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아무 생각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누구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을 날이 오길.

생각들이 저러 했다는 것이지, 여러 모로 기분 좋은 하루였다. 쨉은 무슨. 완전 좋다. ^^

by Zium | 2009/10/30 23:18 | Diary | 트랙백 | 덧글(1)

10월 29일 목요일 흐림

더 이상 가라앉지 않으려고 쓴다.

처음으로 자신감이 없다. 물론 불안감은 대신 많이 씻어냈다. 불안감은 미래에 대한 것이고 자신감은 지금 당장의 문제라 생각보다 이러한 변화가 가져오는 효과가 즉각 나에게 반영됨을 느낀다.

컨트롤 할 수 없는 요소에 의해 내가 흔들리게 되는 일은 언제나 씁쓸하다. 모든 노력을 다 했는데 제3의 이유 때문에 차선을 택해야 할 때 만큼 안타까울 때도 없다. 의욕은 처음하고 똑같지만 잘 할 자신이 그때만 못 하다. 사실 그건 꼭 자신감의 문제만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처음만큼 잘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 다시 해야 하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훨씬 힘든 상황, 비교도 안 되게 희박한 가능성만 가지고도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상황이 돕지 않는다고 절대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 그 와중에 좀 힘든 것은 그저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by Zium | 2009/10/29 16:11 | Diary | 트랙백 | 덧글(0)

10월 25일 일요일 맑음

지난 목요일에 중간고사는 끝났다. 준비 과정에서나 시험장 들어가서나 1학기에 비해 한결 여유로웠다. 나만 그랬을 리 없고 다른 이들도 나 이상으로 발전했을 터이니 상대적으로 평가가 더 잘 나오리란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법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실력이 느는 느낌을 가지게 된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시험기간에 소소하게 재미난 일들이 쏟아졌는데, 일기장에 그때그때 적어놓지 못 한것이 아쉽다. 물론, 아쉬움은 거기까지다.

2학기가 그 절반을 찍었다. 하나씩 미루어 두었던 일들을 할 때다. 초심을 다잡고 학생회 일들 열심히 해야지. 이제 그럴 수 있는 시간도 몇 개월이다. 작은 건의사항부터 중요한 문제들까지 대부분 내가 나서지 않아도 더 악화되지야 않겠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지는 말아야겠다. 1학기 때 좋은 말씀 많이 들었던 교수님들께 먼저 연락해서 조금 더 조언을 구해야겠다. 헌법 숙제 대충 하지 말고 책 한 권 이참에 제대로 읽어야겠다. 배드민턴 대회도 열심히 뛰어야겠다. 박물관, 미술관도 오랜만에 들러야겠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박물관 미술관에 대하여. 4학년 2학기 때 장진성 교수님 수업 들으면서 좋은 취미가 생겼다. 그 때부터 시간 나면 박물관 미술관에 들르곤 한다. 생활영역 주변에도 좋은 곳이 많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은 거의 아무도 찾아가지 않지만, 그래서 좋다. 기획전시의 수준과 아이템의 다양성을 높게 살 만하다. 분주한 캠퍼스 한 가운데에 조용한 섬과 같은 곳이다. 한 시간만 짬을 내도 훌륭한 전시를 볼 수 있다. 학교 미술관도 좋다. 오래된 박물관 건물과는 사뭇 다른 현대적 양식의 미술관에서는 또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사당역 근처에 서울시립박물관 남서울 분점이 있다. 기획 전시 할 때마다 가게 된다. 일제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오래된 건물인데 아담하지만 고풍스럽다. 오래된 마루바닥을 거닐면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데 그것이 미술 작품에서 오는 시각 자극하고 묘한 공감각적 조화를 이루어 낸다. 이렇게 세 곳 다 무료다. 마음이 바빠지려 하면 서늘어지는 바람보다 먼저 발걸음을 옮겨 보아야겠다.

by Zium | 2009/10/26 09:15 | Diar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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